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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책과 전시가 만나는 곳, 예술의 '레퍼런스'를 만들다…더레퍼런스 대표 김정은 동문

  • 조회수 156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6-07-20
  • 더레퍼런스 대표 김정은 동문(시각·영상디자인과 97) 인터뷰



책 한 권의 경험이 전시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예술을 둘러싼 대화가 시작된다. 김정은 동문(시각·영상디자인과 97)이 운영하는 '더레퍼런스'는 책과 전시, 사람을 하나로 잇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학 시절 졸업 전시와 사진 동아리 '숙미회'에서 기른 감각은 영국 유학과 예술 잡지 창간을 거쳐 전시와 서점의 경계를 허문 더레퍼런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진 아트페어 〈T3 PHOTO ASIA〉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대학 시절 롤 모델의 아시아 전시를 성사시키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안목과 망설임 없이 실행하는 태도로 자신만의 '레퍼런스'를 만들어 온 김정은 동문. 이제 서울을 아시아의 다채로운 문화가 연결되는 허브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한 97학번 김정은입니다. 현재는 '이안북스'라는 출판사와 더레퍼런스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동문님이 대표를 맡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더레퍼런스'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더레퍼런스는 예술서적 전문 서점이면서 전시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2018년 서촌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2호점 '더레퍼런스 x SeMA'을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는 제휴 운영사로서 뉴욕현대미술관(MoMA) 북스토어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점과 전시 공간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더레퍼런스는 책과 전시가 서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어, 예술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레퍼런스 서점 공간

3. 대학생 시절의 경험이나 디자인 감각이 '더레퍼런스'의 공간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졸업준비위원회에서 졸업 전시를 준비하며 작품 배치와 공간 구성, 배너 제작, 기획 등 전시 전반을 맡았는데요. 그때는 단순한 학생회 활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약 3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큐레이션과 공간 기획의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억에 남는 경험은 숙미회 활동이에요. 사진을 찍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죠. 지금도 공간을 구성하거나 전시를 기획할 때 그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4. 그렇다면 졸업 후 본격적으로 예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창 시절 서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무렵 해외 패션 잡지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 안에 담긴 사진과 편집, 디자인을 보는 게 정말 큰 자극이었죠. 그때 보게 된 책이 저명한 에디터이자 아트 디렉터인 리즈 틸버리스의 「리즈 틸버리스가 만난 패션 천재들」이에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총감독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 '나는 총감독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졸업 후 바로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 패션 사진을 중심으로 공부했고, 이후 순수 미술(fine art) 분야까지 공부하면서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뉴욕 AIPAD 아트페어 패널 토크에 참여한 김정은 동문

5. 일반적으로 예술 서적은 대중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토록 많은 이들이 찾게 만드는 '더레퍼런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지금처럼 독립출판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소규모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이 하나둘 생겨나던 시기였죠. 그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예술에 특화된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책과 전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많은 분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6. '더레퍼런스'는 전시와 연계한 '아트북 큐레이션'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점을 가장 눈여겨보시나요?


보통은 갤러리, 미술관, 북카페가 각각 분리돼 있는데, 더레퍼런스에서는 이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하고,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한국 사진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이갑철 작가님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의외로 대표작 이외의 작업은 전시를 통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그의 4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담은 에세이와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하나의 전시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7. 현재 '더레퍼런스'의 전시를 무료 관람 형태로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 공간 규모를 고려했을 때, 관람객이 언제든 쉽게 발걸음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다수의 로컬 서점과 갤러리가 그러하듯, 저희도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죠. 


제가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선택한 매체는 바로 '책'이에요. 영국 유학 시절, 도서관과 서점에서 수많은 책을 접하고 한 권씩 모았던 경험은 지금의 저를 키운 가장 큰 자산이 됐어요. 당장의 전시 관람료나 판매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방문객들이 책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소장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저의 오랜 철학입니다.


<T3 PHOTO ASIA 2026> 특별전 오프닝 프리뷰에 참석한 김정은 동문.

8. 동문님은 2024년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사진 행사인 <T3 PHOTO ASIA>의 페어 디렉터로도 활약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른 동문님만의 비결이 있나요?


저는 호기심이 많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참지 못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버리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늘 'Just Do It'을 강조하곤 하는데, 저의 안목 역시 복잡한 고민보다는 직접 부딪치며 다듬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이 만든 잡지사에 갈 수 없다면, 내 잡지를 만들자'고 과감히 결단했을 때도 주변의 만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잡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좋은 눈'이 제게 있다는 확신으로 잡지를 세상에 내놓았고, 그 경험이 지금의 더레퍼런스가 됐습니다. 


제 안목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감각보다는 '미래를 예측하는 눈'에 가깝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 기존 서점과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플랫폼을 남보다 한발 앞서 기획했던 것처럼요. 늘 다음을 궁금해하고,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기는 태도가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끈 진짜 비결입니다.


9. 동문님은 '더레퍼런스'라는 공간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매개로 모여 서로를 참조하면서 고민을 해소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그러한 목표로 최근 '레퍼런스를 레퍼런스(참조)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북토크 프로그램을 시작했고요. 얼마 전에는 '예술과 비즈니스 리더의 언어'라는 주제로 저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저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분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눈으로만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토론도 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커뮤니티 공간을 꿈꿉니다.


일본 롯폰기 츠타야 서점에 소개된 이안북스 잡지.

10. 올해로 예술 서적·출판 업계에 몸담은 지 20년 차가 됐습니다. '더레퍼런스'의 대표이자 디렉터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비전이 있나요?


2007년 '이안북스' 창업을 시작으로 2018년 서촌에 '더레퍼런스'의 문을 열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아시아를 무대로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최근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이제는 국내를 넘어 'K-to-Global'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제가 상상하는 미래의 서울은 뉴욕처럼 아시아의 수많은 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 도시입니다. 이에 발맞춰 서울 한복판에 아시아 아트 커뮤니티 플랫폼인 '레퍼런스 아시아(The Reference Asia)'를 구축해 각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해내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비전입니다. '문화로 아시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안착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가올 10년을 멋지게 기획해 나가고 싶습니다.


11. 오는 10월 서울 중구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에서 동문님의 대학 시절 롤 모델인 데보라 터버빌의 전시를 직접 선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배경과 관람객들이 눈여겨봤으면 하는 점을 소개해 주세요.


데보라 터버빌(Deborah Turbeville)은 1980~90년대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대상화하던 패션 사진계에서, 여성만의 독특한 미감과 시선으로 독창적인 작업을 펼친 작가입니다. 대학 시절 제 오랜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작년 유럽에서 우연히 그의 컬렉션을 접한 뒤 직접 아시아 투어를 제안했고 1년 만에 전시를 성사시켰습니다. 또 하나의 'Just Do It'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죠. 대학 시절 가장 큰 충격을 준 작가의 전시를 직접 한국에 소개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본연의 재미와 유희를 날것 그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마틴 파 : We Are Martin Parr> 전시도 추천합니다.


12. 마지막으로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모교의 슬로건,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거칠고 파괴적인 혁신이 아니더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고민보다 '그냥 일단', 'Just Do It'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이예린(일본학과 24), 한나림(법학부 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