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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카메라로 소외된 목소리 담아내는 사관(史官), MBC 영상기자 손지윤 동문

  • 조회수 46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5-09
  • MBC 영상기자 손지윤 동문(역사문화학과 09) 인터뷰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은 역사로 기록된다. 오늘날 기록의 중심에는 곧은 시선으로 세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영상기자가 있다.


MBC 영상기자 손지윤 동문(역사문화학과 09)은 오늘날의 '사관'(史官)이라는 자부심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 속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며 한국영상기자상, 민주언론상 등 주요 언론상을 받았다. 카메라 뒤에서 시대를 기록하고 있는 손지윤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MBC 손지윤 기자입니다. 2022년 MBC에 경력으로 입사해, 보도본부 뉴스영상국 뉴스영상2팀에서 영상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건, 사고를 취재하는 사회팀 일정을 주로 맡고 있어요.


2. 동문님은 리더십그룹 숙명통신원에서 처음 기자의 꿈을 품었고, 결국 영상기자가 됐어요. 숙명통신원 활동이 기자로 성장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나요?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언론인이라는 꿈은 갖고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어요. 어떤 분야의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고요. 일단 학교에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에게 기사 쓰는 법을 배우고, 방송 촬영 장비를 다뤄보기도 했어요. 


특히 숙명통신원 활동 중 강남 구룡마을을 취재했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현장 취재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기사거든요. 수해 입은 곳에 가서 직접 봉사활동을 하고,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사에 대한 애정도 올라가더라고요. 기자가 되고 나서 다시 그곳에 취재하러 갔을 때 숙명통신원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3. 동문님은 2023년 6월 '이달의 영상기자상', 올해 제38회 영상기자상, 제34회 민주언론상 등 주요 언론상을 수상했는데요. 지금까지 받아온 상이 동문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나요?


저는 주로 <현장 36.5> 기사로 상을 많이 받았는데요. 발제부터 편집까지 영상기자 개인이 전부 맡는 코너라 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혼자 영상을 만든다고 투덜댈 수는 없어요. 요새는 1인 영상 제작자도 많잖아요. 미디어 업계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죠. 그런 상황 속에서 몇 차례 수상을 하고 보니 기자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동시에, 앞으로는 영상기자도 멀티기자의 역량이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4. 특히 <현장 36.5>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지난해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한 점이 인상 깊어요. 동문님이 생각하는 '민주적인 언론'이란 무엇인가요?


누구나 권리를 갖고 있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민주적인 것이고, 민주적인 언론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약자를 대변하는 것 또한 공영방송의 책무로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에요. 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 지켜지고 있죠. 결국 뉴스 '큐시트'의 절반 이상은 대개 유명 인사의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현장 36.5>에서 만큼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뉴스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고 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민주언론상까지 받은 것 같아요. 


5. 오랜 기간 영상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를 소개해주세요.


2번 수상하게 된 <현장 36.5> '독도 주민과 어민 취재 기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촬영이 매우 어렵기도 했고, 기사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날씨와 섭외 문제 등으로 우리 땅인데도 참 밟기 힘든 곳이 독도입니다. 물론 고된 경험이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취재를 했어요. 


과거 독도에 살았던 주민, 현재 독도에서 일하는 어민의 모습을 후배 영상기자와 함께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장이기 때문에 영상자료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저희 기사가 후에는 외교적, 역사적 근거자료로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합니다. 

 

6. 기자도 취재, 영상 등 다양한 직무로 구분되는데요. 그중 영상기자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보도본부 안에서 기자는 크게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로 나뉩니다. 그중에서 영상기자는 카메라 뒤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데, 그게 곧 이 일의 매력인 것 같아요. 역사도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재미있잖아요. 방송 뉴스에 나가는 기사는 정사지만, 영상기자는 야사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현장의 순간,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촬영 원본 같은 것들이요. 



7. 그렇다면 동문님에게 영상기자 업무가 잘 맞는다고 느끼나요?


사실 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그래서 오히려 이 일과 잘 맞죠. 과거에는 카메라가 주는 위압감에 무너진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기 때문에 이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로 치면 배우 역할보다는 감독 역할을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영상기자는 저에게 천직인 것 같습니다. 


8. 역사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영상기자는 동문님의 전공인 역사문화학과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간혹 사진과 영상 전공자만 영상기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카메라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무엇'을' 기록하느냐가 중요하지, 무엇'으로' 기록하느냐는 기록하는 자에게 달린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부서에도 사진, 영상 외에 다양한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해외 출장지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2외국어 전공자들이 많아요. 


저에게 영상기자란, 전공을 불문하는 오늘날의 사관(史官)이라고 생각해요. 제 일은 사초(史草)를 카메라로 기록하는 일이고 그 사초들을 묶어 만든 것이 실록, 즉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 전공과 매우 밀접하죠. 역사 전공자로서 옛 기록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미리 만나봤다는 점이 도움이 됐어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고, 이때 얻은 지식과 생각들이 취재에 도움이 될 때가 많았어요.



9.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도 많이 발생할 텐데요.


영상기자는 현장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돌발상황을 마주할 때가 많아요. 취재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일도 발생합니다. 현장 취재하러 갔다가 갑자기 중계가 결정돼서 30분 안에 준비해야 하거나, 야간에 큰 대형 사고가 발생해서 바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태원 참사 때는 제가 야간 당직이라 제일 먼저 회사에서 출발해서 현장에 도착했는데, 아침이 돼서야 복귀했던 기억이 있네요. 


예전에는 영상기자 사이에서조차 '원래 우리 일이 그렇다'는 의식이 팽배해서, 저 역시도 모든 경우의 수를 홀로 대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에서도 돌발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률 대응을 하고 지원해 주는 편이에요. 강함만이 프로로 인정받는 시대에서 약함 또한 어느 정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회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10. 동문님의 <현장 36.5>를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무언가를 찾아 깊게 파고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취재할 때 동문님만의 '새로운 시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확하게 보셨네요. <현장 36.5>에서 발제한 아이템은 모두 평소에 "언젠가는 기사로 써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발제하는 데까지 우연은 없었어요. 출퇴근할 때든, 친구들과 대화할 때든,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면 휴대폰에 주저 없이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도 참신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을 항상 갖고 있진 않아요. 그래서 책, 다큐,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제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면, 홀로 있는 시간에 골똘히 생각해 보곤 합니다.


한 선배가 제게 해 주셨던 말이 있어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일할 때나 살아갈 때나 이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기존 규칙에 대해 한 번 더 되물어, 저만의 새로운 시선을 찾아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11. 영상기자는 무거운 카메라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정도로 힘든 일이기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여성 영상기자로 일할 때 느끼는 어려움이 있나요?


2022년 국회에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취재했는데, 한 다선 국회의원이 여성 영상기자는 국회에서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첫 여성 국회 출입기자였어요. 지금도 방송사마다 1~3명 정도 존재하니 그만큼 여성 기자를 보기 드문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많은 여성이 이 일에 도전하고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저 또한 여성이라고 해서 영상기자 일이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10kg의 카메라는 저에게만 무거운 것도 아니고, 남성 기자들도 똑같이 무겁다고 느끼거든요. 오히려 현장에서 기자라는 직업과 인간이라는 개인, 그 경계선에서 느끼는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까지 카메라에 담아야 할지, 담게 된다면 어디까지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요.


12. 영상기자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동문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작년 독도 기획 기사에 이어 역사 관련 취재 영상물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부족한 지식을 채우며 역사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영상기자 선후배들과 장편 시사다큐를 만들어 해외에 출품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이미 기자라는 목표를 이뤘지만, 제게 세상은 여전히 배울 것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아마 죽는 순간까지 그 세상을 공부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법에 관심이 생겼어요. 학부 시절 이미 법학을 복수전공했지만, 현장의 최전선에서 취재하다 보니 새삼 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일이 많거든요. 거친 현장 속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일들도 종종 발생하고요. 영상취재윤리, 미디어법, 촬영자의 저작권 문제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직업에 대한 저만의 올바른 방향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13. 언론인을 꿈꾸는 숙명인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알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나이를 먹고 연차를 쌓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때로는 솔직히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고,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숙명인 여러분도 자신만이 오롯이 가질 수 있는 이 시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세상을 향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언론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기에 충분할 겁니다. 저 역시도 제가 서 있을 수 있는 자리에서 숙명의 선후배와 함께 예비 숙명 언론인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희(가족자원경영학과 24), 우지윤(한국어문학부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