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글의 정석' 유튜브 ASMR 70만뷰의 주인공,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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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12-05
-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 인터뷰
“졸지 말고 집중해서 시청해 주세요”
우리대학 공식 유튜브 채널 ASMR 콘텐츠 '팅글의 정석'에 등장한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의 첫 마디다. 잠들기 위해 감상하는 ASMR 콘텐츠에 "졸지 말라"는 모순적이며 유쾌한 도입부를 시작으로, 재미있는 멘트와 능숙한 실력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단 2번의 출연만으로 누적 조회수 70만회를 앞두고 있다.(12월 5일 기준)
권우성 교수의 첫 ASMR 콘텐츠 '교수님의 ASMR '양자점 이야기' I 팅글의 정석🎧'(링크)
평소 PPT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수업과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와 밀접하게 지내고 있는 권 교수. 학생들이 원하는 콘텐츠라면 고민 없이 응하겠다며 애정을 표했다. 숙명통신원이 권우성 교수에게 '팅글의 정석'의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ASMR: 자율감각쾌락반응을 뜻하는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풍경음, 배경음 등의 소리를 의미한다.
1. 교수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 권우성입니다. 물리나 수학 같은 기초 과목 위주로 강의하고 있고, 나노 소재를 전공 분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퀀텀닷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 교수님은 최근 화제가 된 ASMR 영상 이전부터 꾸준히 학교 홍보 콘텐츠에 출연하셔서 이번 콘텐츠의 큰 반응에 더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학생들이 여태껏 정말 많은 콘텐츠를 시도했어요. 제가 공식 유튜브에 처음 출연한 지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드디어 학생들이 노력의 결실을 맺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단지 출연만 했을 뿐이고요. 제가 조회수를 직접 확인하지는 않는데, ASMR 영상을 만든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영상제작팀 '숙튜디오'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교수님 20만 회 넘었어요', '30만 회 넘었어요'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3. 교내외에서 교수님을 알아보는 일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학과 학생들이 저한테 말 거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가끔 학교 주변 카페에서 처음 보는 학생들이 혹시 ASMR에 나온 교수님 아니시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럼 맞다고 대답은 하는데, 둘 다 굉장히 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화가 더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제 동기들이 모인 단톡방에 누가 영상을 올려서 놀림을 받기도 하고, 저희 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교 친구들이 교수님 얘기를 하더라'고 말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4. 교수님이 '팅글의 정석' 촬영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서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교수님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못 하는 상황이 생기면 너무 아쉽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숙튜디오 학생들이 ASMR 출연을 요청했어요. 학생들이 정말 열정 넘치고 뭐든지 도전해 보려고 하거든요. 저는 수업하는 방식이 특이한 편이고, 외부 촬영 경험도 있어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잘 준비해서 이끌어줄 테니 저는 몸만 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이렇게 많이들 봐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5. '팅글의 정석' 콘텐츠 내용과 컨셉은 직접 구성하신 건가요?
1탄에서 주제·대본 작성과 애장품을 가져간 거 말고는 학생들이 기획부터 섭외, 촬영까지 전부 다 했죠. 주제는 전문적인 느낌보다는 영상 제목을 봤을 때 '이런 주제로 ASMR을 하네' 하는 궁금증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벨상은 사람들이 다 아는 상이고, 제가 연구하는 분야랑 겹치는 부분이 많기도 해서 1탄 주제로 정했습니다.
2탄은 제가 '화공생명공학부 소개'라는 주제를 제안하고, 실험 도구들을 가지고 촬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학생분들이 좋다고 해 줬어요. 촬영 시기가 수시 모집 기간이었는데, 화학공학이랑 생명공학이 그냥 화학, 생명과 뭐가 다른지 모르는 고등학생들이 많거든요. 이 차이를 알려주면 학생들이 수시 준비할 때 도움이 되고 학과에 관심도 가지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6. 영상 속에서 소품을 사용하거나 마이크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 모습이 능숙해 보여요. 평소에도 ASMR 영상을 즐겨 보시나요?
제가 속삭이는 대로 한 건데 어쩌다 보니 ASMR에 잘 맞는 목소리였던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 ASMR은 전혀 안 보고 오히려 큰 소리로 얘기하는 영상을 좋아합니다. 게임 방송이나 애니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촬영하기 전에 다른 ASMR 영상을 따로 보고 가거나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촬영할 때 학생들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처음에는 "교수님 그게 아니고요" 이러면서 학생들에게 혼나다가 제가 빨리 배우는 편이라서 눈치를 채고 촬영했습니다.
7. 첫 ASMR 촬영에 걱정이 되지는 않으셨나요?
ASMR은 이어폰을 끼고 촬영해서 저도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숙튜디오 학생들은 다 괜찮다고 해줬는데, 저는 평소 제 목소리가 아닌 속삭이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서 걱정했었습니다. 근데 영상 반응을 보니 학생들 말이 정말 맞더라고요. 2탄은 하던 대로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조금 더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8. ASMR은 잠들기 위해 감상하는 콘텐츠인데, 영상 도입 부분에서 "졸지 말고 집중해서 시청해주세요"라는 교수님다운 멘트로 유쾌한 반응을 얻었어요. 2탄에서도 같은 멘트로 시작하셔서 이제는 교수님만의 ASMR 영상 시그니처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반응을 얻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당연히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 못 했어요. 방송에는 항상 오프닝 멘트 같은 게 있잖아요. 이 콘텐츠도 재미있는 영상이고 이왕 촬영하는 만큼 그런 멘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지 말고 집중해달라'는 멘트가 ASMR과 모순적이면서 교수님이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길 것 같고 너무 억지스럽지도 않아서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 멘트가 약간의 밈처럼 돼서 만족스럽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9. 평소 수업 시간에도 자주 하시는 말씀인가요?
저희 과 학생들이 워낙 수업 태도가 좋아요. 제가 여기 교수로 온 지 10년 됐는데, 학생들에게 한 번도 "졸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는 학생을 본 적도 거의 없어서 오히려 이번 반응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리고 반성도 조금 했습니다. 저는 여태껏 제가 수업을 재밌게 해서 학생들이 졸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학생들이 졸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10. 한편으로 ASMR 영상은 학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듭니다. 평소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교수님의 수업 방식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수업 철학이 명확한 편이에요. 지식을 나열하는 수업보다 이야기가 있는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과학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뉴턴이 운동법칙 'F=ma' 이 공식을 만들기까지 도움을 준 선배 과학자도 있고, 뉴턴 이후에 이 법칙의 영향을 받은 후배 과학자도 당연히 있을 테죠. 법칙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고 공부하면, 훨씬 더 재밌고 마음속 깊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법칙의 앞뒤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 수업을 추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옛날이야기 해주는 걸 좋아하다 보니, ASMR 콘텐츠에서도 비전공생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촬영했습니다.
11. 수업 PPT에 들어가는 그림과 애니메이션까지 직접 정성스럽게 만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해외 강의실을 보면 앞에 엄청나게 큰 테이블이 있어요. 보통 거기서 실험하면서 물리 강의를 하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물리는 현상 관찰에서 법칙을 유도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일단 먼저 현상을 관찰해야 해요. 우리는 아주 큰 테이블을 놓을 강의실이 없어서 생각한 것이 PPT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자료에 통일성이 있으면 좋겠고, 작은 부분이라도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게 하면 좋겠더라고요. 또 제가 PPT 만드는데 재미가 들려서 굳이 애니메이션이 필요 없는 부분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어요. 이게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수업 준비하는 게 즐거워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12. 학생들이 직접 교수님께 캐릭터 '윌리'를 닮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학생들과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학생들에게 편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아요. 학생들이 편하게 대해주면 편한 사이가 되는 거고, 불편하게 대하면 불편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를 편한 사람으로 대해줘서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저를 불편하게 생각했으면 이 일이 굉장히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ASMR 콘텐츠처럼 어렵지 않게 "교수님 이거 해보고 싶어요"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저의 희망 사항입니다.
13. 약 18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권굣님'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세요. 교수님이 추구하는 채널의 방향성이 있나요?
대단한 방향성과 목표를 갖고 운영하지는 않아요. 제가 무얼 했는지 기록하는 저장소 같은 공간입니다. 여러분이 맛집 다녀와서 개인 SNS 계정에 올리는 거랑 똑같아요. 코로나 당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이 자주 끊기고 접근하기 어려웠거든요. 저는 평소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을 즐겨 보다 보니, 여기서 수업 라이브를 진행하고 다시보기 영상을 올려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쌓인 수업 영상이 많은 것뿐이에요. 특히 제가 수업하는 수학, 물리는 시간이 지난다고 바뀌는 내용이 아니니까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영상을 지우지 않고 있어요. 실제로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는지 조회수가 꾸준히 오르더라고요.
14. '팅글의 정석' 2탄 영상 댓글에, ASMR로 듣고 싶은 수업이나 주제를 직접 물어보며 다음 영상을 예고하실 정도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할 계획이신가요?
저에게 굉장히 거창한 질문인 것 같은데, 따로 계획은 없습니다.(웃음) 연구실 학생들이 '지금 몇천 명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줬는데, 직접 댓글을 남기지 않는 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영상에 댓글을 작성하려고 보니 제가 우주 대스타도 아니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게 웃겼어요. 혹시 다음에 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물어보며 3탄을 예고했는데, 이게 말이 씨가 된다고 실제로 3탄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15.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팅글의 정석 3탄을 예고해 주세요.
3탄은 '댓글 읽기' 영상입니다. 댓글이 너무 많아서 제가 다 읽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숙튜디오 학생들이 재밌는 댓글을 잘 추려 준 것 같더라고요. 저도 보면서 재밌었던 댓글 몇 개 골라서 읽어보는 그런 콘텐츠가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또 속삭여 보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김규나(홍보광고학과 21), 23기 윤지원(테슬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